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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악순환 우려되는 예루살렘, 그리스도인의 시선은?

  • 성지대표부 (frnc)
  • 2018-01-12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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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악순환 우려되는 예루살렘, 그리스도인의 시선은?

 
폭력의 악순환 우려되는 예루살렘, 그리스도인의 시선은?
 
상호 인정과 공존만이 중동 평화의 유일한 길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불 지른 격
국제사회·유엔 안보리 모두가 반대, 교황청도 현 ‘2국가 체제’ 지지 성명
모두에게 거룩한 ‘평화의 도시’ 어느 한 쪽 소유로 인정할 수 없어
 
 
 
발행일2017-12-25 [제3075호, 1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뇌관에 불을 붙였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예루살렘 선언 폐기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는 미국을 제외한 14개국 모두가 찬성했다. 교황청은 3대 종교의 발원지인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이 폭력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면서, ‘2국가 체제’라는 현상 유지가 중동 평화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 ‘평화의 도시’에 열린 ‘지옥의 문’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고 논평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현지에서는 즉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로켓포와 전투기, 탱크가 동원되는 교전이 벌어져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42번가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유럽 각국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에 불을 지르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는 미국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동 평화의 모든 가능성을 말살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연합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예루살렘 선언’ 일주일 뒤인 12월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을 전면 거부했다. 또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동예루살렘에 터키의 주팔레스타인 대사관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한국시간 19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려는 모든 결정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 채택은 부결됐다. 하지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에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국가 모두가 결의안에 찬성했다. 유엔은 이미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예상했지만, 결의안 상정을 강행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문제에서 미국이 고립돼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 교황청, ‘2국가 체제’ 지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6일 일반알현에서 “유엔의 관련 결의안에 따라 결정된 예루살렘의 현재 지위(status quo)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은 10일 성명을 발표, “전 세계 지도자들이 폭력의 새로운 악순환을 방지할 지혜와 신중함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에 따른 ‘2국가 체제’가 중동 평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 안에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인정하는 ‘2국가 체제’(two-state solution)를 통해 화약고인 중동에 분쟁의 불씨가 당겨지지 않도록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함으로써 이 해법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예루살렘에는 기원전 3000년경 유다인이 처음 정착했다. 하지만 로마의 지배를 거쳐 7세기에 접어들면서 예루살렘은 이슬람교로 단결한 아랍인들의 수중에 넘어갔다. 이후 1000여년이 넘도록 아랍인들이 이 지역에서 살아왔다. 제1차 세계대전 와중인 1917년, 밸푸어 선언으로 유다인들이 다시 예루살렘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중동 분쟁이 본격화됐다.
 
그러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정을 맺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수립됨으로써 비로소 중동 평화를 위한 미약한 희망이 싹텄다. ‘2국가 체제’라는 해법은 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통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장의 분쟁을 중지하고 미래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려는 잠정적이지만 유일한 실마리였다.
 
 
 
 
멀리서 바라본 황금빛 ‘바위의 돔’과 ‘통곡의 벽’.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으로 격렬한 분쟁에 휩싸였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미국은 왜?
 
트럼프 대통령은 왜 국제사회 전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했는가?
 
사실 미국은 1995년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제정해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 우려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이 법의 실행을 보류하는 문서에 반복적으로 서명함으로써 실제로 법이 실행되는 것을 미뤄왔다. 즉 이 법은 선언적인 의미에 그쳐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실제로 실행해버렸다.
 
친 이스라엘 성향의 중동정책과 석유를 둘러싼 경제적 실익 추구, 미국 국내 정치적 역학 관계 등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성향은 오랫동안 중동 정책의 기조를 이뤄왔다. 막강한 재력과 정치적 영향력, 이를 바탕으로 한 엄청난 로비력을 보유한 유다인 유권자들은 미국 정치권과 정책 방향을 좌우한다. 선거권 없는 국제사회 여론보다는 영향력 있는 유력 유권자 층이 미국 정치권에서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기독교, 유력 유다인, 거액 후원자들의 표심을 읽어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경제적 실익 여부는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중동에 대한 무기 판매나 천연 자원 개발 예상 수익, 특히 최근 지중해 연안에서 발견되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자원의 개발과 수익 확보 등이 미국의 중동 정책을 이끈다.
 
 
■ ‘평화의 도시’에 평화를
 
예루살렘 구 시가지의 ‘성전산’(Temple Mount)의 한 가운데에 있는 황금빛 돔은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이고 옆에 있는 작은 회색 돔은 ‘알 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이다. 두 돔 사이에 유다인들이 기도를 바치는 ‘통곡의 벽’이 자리한다. 유다교와 이슬람교가 가장 거룩하게 여기는 종교적 유적과 상징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와 유다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이다. ‘평화의 도시’라는 어원을 갖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단 한 순간도 평화로운 때가 없었다. 또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투쟁의 역사도 담고 있다.
 
모두가 거룩하게 여기는 곳이기에 누구 하나의 소유로 돌릴 경우 갈등과 분쟁을 피할 수 없다. 평화로운 공존과 상호 인정의 태도만이 유일한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은 ‘평화의 도시’를 갈등과 분쟁의 도시로 만들고 화약고 중동에 불을 지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종교, 평화와 국제문제 버클리연구소’ 교수이자 예수회 소속인 드류 프리스티안센 신부는 “대화의 가능성은 이제 없다”면서 “아주 작더라도 희망이 있는 것과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세계 여론에 역행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갉아먹었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6일 일반알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그를 향해 경고했다.
 
“예루살렘은 유다교,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 모두에게 거룩한 도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성지와 중동지역을 더 많은 분쟁으로 이끌 것입니다.”
 
교황의 메시지는 분명히 “더 늦기 전에 멈추라”는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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